김덕규
2016-04-22
소통과 협동의 정신, 위기탈출 넘버원
지암 선진화 아카데미 조교 김덕규 (경희대학교 프랑스어학과)
| ||
뉴노멀 시대’라고 들어보셨나요? 뉴노멀은 new normal, 즉 ‘새롭게 떠오르는 표준’을 뜻하는데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부상한 새로운 경제 질서입니다.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등이 뉴노멀로 논의되는데요, 우리나라도 이 뉴노멀의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과거 단기간 급성장한 국가였기에, 뉴노멀 시기에 접어들면서 한국경제 위기의 탈출구를 찾기 위한 방안 모색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에 한국선진화포럼은 ‘흔들리는 한국경제, 이대로는 안 된다’를 주제로 제100차 월례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발제를 맡은 윤창현 교수는 이 경제 위기를 한 번에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모든 정책들을 동원하여 조금씩 접근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장․단기적 접근을 통해 실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의 개혁, 예컨대 무인산업에 대비하는 새로운 고용 정책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토론을 맡은 김상조 교수는 한국경제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어 소통과 협동의 정신을 되찾아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또, 사회와 시장의 규칙을 위반하고 악영향을 끼치는 구성원에게는 패널티를 부여하는 신상필벌의 원칙이 살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배상근 부원장은 소비와 투자 모두 위축되는 한국경제의 위기를 지적하며, 정치에서 논의되는 정책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것인지 여부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진권 원장은 한국경제의 정치화 현상을 설명하며, 지금은 경제가 국회에서 이루어지는데 정작 국회가 정치 실패의 경험을 하고 있음을 역설했습니다. 정치 개혁과 함께 경제의 자유화를 인지하여 각종 규제를 풀어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해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
우리 사회가 물질적인 급성장을 했지만 정신적 성숙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현 시점의 문제점으로 지적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이루었으나, 선진화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선진화의 길을 가로막는 것은 높은 사회갈등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김상조 교수가 제시한 소통과 협동의 정신을 되찾아야 합니다.
우선, ‘일자리 나누기 (job sharing)’를 해야 합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상 주당 노동시간은 40시간이고, 1주일에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주말과 국경일 등 휴일에 일하는 것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관행이었죠.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연장근로 한도 12시간을 산정하는데 휴일근로를 포함시켜 장시간 근로 관행을 고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뜻을 표출한 바 있습니다. 즉,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고용을 늘리자는 것이죠.
OECD 국가들 중 최장의 근로시간을 기록하지만 그 효율성이 낮은 상황이라, 더욱 일자리 나누기가 시급한데요, 자신의 임금이 낮아진다는 이유로 노동계가 반발합니다. 소통과 협동 정신의 부재입니다.
삶이 퍽퍽해져서 인심이 사라져가는 사회에서 개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철저한 이기주의가 아닙니다. 오히려 ‘같이’ 성장하는 사회가 더 행복합니다. 냉혹한 이기주의가 아닌 소통과 협동의 정신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해야 합니다.
 |
두 번째는 ‘기부 운동 활성화’입니다. 미국 뉴욕 주는 지난 2009년 ‘백만장자세’를 일시적으로 도입하여 상위 1%에 대한 소득세를 올리는 대신 저소득층 세율은 낮추는 제도를 일시적으로 도입했지만 의회의 반대에 직면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뉴욕의 억만장자 40여 명이 스스로 의회에 공개서한을 보내 자신들에 대한 세금을 더 올리라고 요구하는 등 부의 나눔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뉴욕 주 주민으로서 경제적인 혜택을 많이 입은 만큼 공정한 몫을 사회에 다시 환원할 의무와 능력이 있다는 것인데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동기가 자신이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에서 나왔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기부 운동은 각자 살기에 바빠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이 세상에 맞지 않는 정책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미국의 기빙 플레지 (개인자산의 50%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담은 '공개 기부서약 캠페인')를 보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주제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부를 내 재산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더 나은 미래 건설을 위한 초석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식 기부 운동은 사회 지도층 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함께하는 착한 선진화 운동의 일환이었으면 합니다.
택시나 음식점 몇 곳에서 기부하는 통이 있긴 하지만 곳곳에서 찾아보기는 드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접하는 곳들에 기부통을 많이 설치하여 나눔의 정신을 보여주었으면 좋겠습니다. IMF 경제 위기 때 금모으기 운동의 정신을 실현한 나라인만큼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강제적인 제도나 규제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성숙해야 나라가 성숙하고,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끝없는 이기심은 물질주의의 병폐일 뿐 결코 우리 삶의 질을 올려줄 수 있는 요소가 아닙니다.
수많은 정부의 경제 개혁안과 제도들이 등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소통과 협동의 정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지켜야 하는, 울타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같이 나누는 사회라면 충분히 도달했을 결과를 위해서 말입니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명언,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통과 협동의 정신이 있다면 그 어떤 경제적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어려울수록 기회의 창이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 ) 
